AX가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회사들이 실제로 뭘 바꾸고 있는지는 잘 안 보입니다. 보도자료에는 “전사 AI 전환”이라는 말만 있고 구체적인 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 주요 기업이 공개적으로 밝힌 추진 내용과, 많은 프로젝트가 시범 단계에서 멈추는 이유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각 사 발표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세부 계획은 바뀔 수 있습니다.
제조·전자 대기업이 손대는 곳
삼성은 ‘AI 대전환’을 내걸고 연구개발·생산·마케팅·지원 등 주요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넣는 방향을 밝혔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의 업무 활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동시에 유출 통제 체계를 세운 점, 그리고 계열사마다 AI 전담 조직을 두고 임원 대상 집중 교육 과정을 돌린 점입니다. 경영진의 이해도가 성패를 가른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LG전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AI 확산 책임자’ 역할을 자처하며 향후 2~3년 내 업무 생산성을 30%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연구개발 부문에 붙여 데이터 탐색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특정 업무의 소요 시간을 지표로 삼는 접근입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자체 모델을 제조 공정과 고객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SK는 에이전틱 AI를 전면에 놓았습니다. 여러 AI 에이전트를 연결·조율하는 플랫폼을 내세우고, 반도체 공장에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자율형 공장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이 직접 업무용 에이전트를 만들어 겨루는 사내 해커톤을 여는 것도 이 계열의 시도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차량과 로봇 같은 물리적 기기의 지능화에서 출발해 생산·물류·품질 공정을 AI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움직이는 AI라는 점에서, 피지컬 AI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통신·금융에서 나타나는 양상
KT는 통신에 AI를 결합한 사업 구조로 옮기면서, 전달 조직을 따로 만들어 기업 고객의 AI 전환 사업을 수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은행 상담센터에 AI를 넣는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금융권은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영역입니다. 상담 챗봇 수준을 넘어 여신 심사, 신용평가, 내부통제, 자산관리까지 AI를 붙이고 있습니다. 공개된 내용을 묶으면 대략 이런 그림입니다.
| 영역 | 적용되는 방식 | 노리는 효과 |
|---|---|---|
| 고객 상담 | 상담 요약·응대 보조, AI 창구 | 대기 시간과 상담사 업무 부담 축소 |
| 여신·심사 | 기업여신 자동 심사, 서류 검토 보조 | 심사 소요 시간 단축 |
| 자산관리 | 고객별 제안 생성 에이전트 | 담당자 1인이 감당하는 고객 수 확대 |
| 내부통제 | 이상 거래·리스크 신호 탐지 | 사후 적발에서 사전 감지로 이동 |
한 금융지주는 일부 업무에서 약 30% 수준의 시간 절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수치는 대상 업무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회사 전체 생산성으로 바로 환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 시범 단계에서 멈출까
발표만 보면 모두 성공한 것 같지만, 조사 결과는 훨씬 냉정합니다. 생성형 AI 시범 프로젝트의 대다수가 측정 가능한 투자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해외 연구가 널리 인용됐고, AI 과제를 중도 포기한 비율이 1년 사이 크게 뛰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도입률 자체는 높은데 조직에 자리 잡은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국내 분석도 있습니다. 숫자는 조사마다 편차가 크지만 방향은 일관됩니다. 도입은 쉽고 확산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막히는 지점은 대체로 기술 밖에 있습니다.
- 성과 증명 압박 — 실험을 수십 건 돌려도 매출이나 비용이 안 움직이면 예산이 끊깁니다.
- 책임 소재의 공백 —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지 않으면 현업은 결과를 안 씁니다. 실무자 상당수가 AI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하는 조사가 반복됩니다.
- 데이터 상태 — 부서마다 흩어지고 양식이 제각각인 자료는 그대로는 학습에 못 씁니다.
- 업무 재설계 생략 — 기존 절차를 그대로 두고 AI만 얹으면 검토 단계가 하나 늘어난 셈이 되어 오히려 느려집니다.
공교롭게도 이 네 가지는 모두 앞 단계의 기반 정비와 얽혀 있습니다. 왜 순서가 중요한지는 디지털 전환과의 차이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잘 굴러가는 곳의 공통점
성과를 낸다고 알려진 사례들을 보면 방식이 비슷합니다. 첫째, 전사 구호 대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 한 가지를 골라 소요 시간을 지표로 잡습니다. 둘째,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검수하고 승인하는지를 미리 정합니다. 셋째, 도구 사용법 교육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보는 형태로 사람을 붙입니다. 셋째 항목이 결국 사람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은 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 쪽에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소기업도 이런 걸 할 수 있나요?
규모가 작을수록 오히려 범위를 좁히기 쉽습니다. 반복 문서 작업이나 고객 문의 응대처럼 자료가 이미 쌓인 한 가지부터 붙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재직자 교육비를 지원하는 정부 훈련 사업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표된 목표 수치는 믿을 만한가요?
대부분 특정 업무 범위를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같은 30%라도 어떤 업무의 어느 구간을 쟀는지가 다르므로, 회사 전체 지표로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AI 인프라 비용은 왜 계속 문제가 되나요?
모델을 돌릴 연산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은 GPU와 메모리 수급 이야기에서 다뤘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발표는 전사 단위인데 성과는 업무 한 칸 단위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추진 상황이 궁금할 때는 선언문보다 “무슨 업무의 무슨 지표를 얼마나 바꿨는가”를 찾아보시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용어 자체가 아직 낯설다면 AX 뜻부터 보시면 됩니다.
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