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가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회사들이 실제로 뭘 바꾸고 있는지는 잘 안 보입니다. 보도자료에는 “전사 AI 전환”이라는 말만 있고 구체적인 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6년 상반기에 국내 주요 기업이 공식 발표문과 자사 행사에서 직접 밝힌 내용만 골라 정리했습니다. 누가 몇 명을 교육했고, 어떤 도구를 허용했고, 채용 기준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이 글의 축입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9월 6일 기준으로 각 사 발표를 확인한 것이며, 세부 계획은 바뀔 수 있습니다.
목차
삼성 — 사장단 50여 명부터 전 직원까지, 외부 AI 전면 허용
삼성은 2026년 6월 9일 뉴스룸 발표에서 전 관계사의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AI 대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발표문에서 숫자로 확인되는 것은 넷입니다.
- 외부 생성형 AI 공식 도입: 6월 중 전 관계사에 Gemini·ChatGPT·Claude 등 외부 서비스를 공식 도입. 전면 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보안 체계를 함께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 사장단 AX 부트캠프: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이 6월 중 이틀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실습형 집중교육. 사장단 전체를 대상으로 AI 교육을 한 것은 처음이며, “CEO의 AI 문해력이 AX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표현이 발표문에 들어 있습니다.
- 임원 2,300여 명: 8월 12일까지 차수별 2박 3일 교육. 사장단·임원 외 전 직원 교육은 2026년 안에 마친다는 목표입니다.
- AI 전담조직 신설: 관계사마다 AX 추진 전략, 데이터·모델 운영, AI 인재 육성을 맡는 조직을 둡니다. CEO가 8대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경영혁신을 직접 주도하는 구조입니다.
발표문은 이재용 회장의 신년사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를 인용하고, 목적지를 ‘AI Native 기업’으로 적었습니다. 1990년대 디지털 전환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자사 서술과 이번 전환을 같은 급으로 놓은 점이 눈에 띕니다.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이 왜 다른 단계인지는 AX와 DX의 차이에서 다뤘습니다.
SK — “나의 AI에서 우리의 AI로”, 에이전트를 구성원으로
SK그룹은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기존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합친 ‘뉴 이천포럼’을 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금 구성원의 90% 이상이 AI를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쓰는 AI를 넘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줄 AI가 필요하다”며 ‘나의 AI’에서 ‘우리의 AI’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일을 정확히 정의하고 AI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대목은, 도구 보급이 끝난 뒤의 과제가 업무 정의라는 뜻입니다.
계열사 SK AX는 6월 16일 ‘이매진 AX 2026’ 콘퍼런스에서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여러 에이전트를 연결·조율하는 플랫폼을 내세웠고, OpenAI와 엔터프라이즈 AI 사업 협력도 밝혔습니다. 발언 가운데 실무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에이전트 구성원을 염두에 둔 기존 프로세스 재설계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AI 에이전트를 도구가 아니라 조직도에 들어오는 구성원으로 전제하고 업무 절차를 다시 짜겠다는 뜻이고, 이 글에서 다루는 기업 중 가장 앞선 표현입니다. 에이전트가 무엇인지는 AI 용어 계층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채용 기준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6월 17일 시작한 신입 수시 채용부터 “4년제 학사 이상” 같은 학력 요건을 공고에서 전면 삭제하고 경험·직무 역량·기업문화 적합성 중심으로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설명은 “급변하는 AI 환경 속에서 미래 인재들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였습니다.
LG — 연구원 행사에서 드러난 적용 사례
LG는 그룹 전체 선언보다 LG AI연구원의 사례 공개가 구체적입니다. 3월 19일 열린 ‘LG AI Insight 2026’에는 계열사 임직원 1,300여 명이 사전 등록했고 연구 포스터 46건이 나왔습니다. 소개된 적용 사례는 자체 모델 EXAONE 기반의 특허 검색 시스템(ChatEXAONE)을 계열사에 적용한 것, LG유플러스가 기기 안에서 도는 온디바이스 에이전틱 AI를 개발한 것, 국민연금공단이 EXAONE 데이터 파운드리로 도메인 데이터를 만든 것, 병리 진단용 특화 모델 EXAONE Path 2.5 등입니다. 연구원은 방향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전문가 AI 모델과 에이전틱 AI”로 잡았습니다.
LG전자는 4월 13일 2026년 연구위원 15명·전문위원 7명을 새로 선발해 연구·전문위원이 222명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직위별로 약 1퍼센트만 뽑는 제도로, 이번 성과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디지털 트윈 기반 AI 능동제어 시스템이 들어 있습니다. 전사 선언 대신 사람과 사례 단위로 성과를 내보이는 방식이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정부 — 몸을 가진 AI 쪽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차량과 로봇 같은 물리적 기기의 지능화에서 출발해 생산·물류·품질 공정을 AI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라,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도 같은 방향입니다. 9월 4일부터 6일까지 울산에서 열린 울산포럼은 ‘제조 AX’를 주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의 제조 AX 로드맵을 발표하는 자리였고, 7월 1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한 표로 보면
| 기업 | 공개 시점 | 확인되는 조치 | 초점 |
|---|---|---|---|
| 삼성 | 2026-06-09 | 외부 생성형 AI 공식 도입, 사장단 50여 명·임원 2,300여 명 교육, 전 직원 2026년 내, AI 전담조직 | 일하는 방식·조직 DNA |
| SK | 2026-06-11~16 | 뉴 이천포럼 ‘우리의 AI’, SK AX 에이전트 조율 플랫폼·OpenAI 협력, SK하이닉스 학력 요건 폐지 | 에이전트를 구성원으로 |
| LG | 2026-03-19, 04-13 | EXAONE 특허 검색·온디바이스 에이전트·데이터 파운드리 사례, 연구·전문위원 222명 | 사례·전문가 단위 성과 |
| 현대차·정부 | 2026-07~09 | 로봇 중심 AI 공장 구상, 피지컬 AI 전략(7/1), 제조 AX 로드맵(9월 울산포럼) | 현실에서 움직이는 AI |
그런데 왜 대부분 시범 단계에서 멈출까
발표만 보면 모두 성공한 것 같지만, 도입률은 높은데 조직에 자리 잡은 비율은 훨씬 낮다는 조사가 국내외에서 반복해서 나옵니다. 최태원 회장의 “90%가 쓰지만 우리의 AI는 아직”이라는 진단이 정확히 그 간극입니다. 막히는 지점은 대체로 기술 밖에 있습니다.
- 성과 증명 압박 — 실험을 수십 건 돌려도 매출이나 비용이 안 움직이면 예산이 끊깁니다.
- 책임 소재의 공백 —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지 않으면 현업은 결과를 안 씁니다. SK AX가 “에이전트 구성원을 염두에 둔 프로세스 재설계”를 먼저 말한 이유입니다.
- 데이터 상태 — 부서마다 흩어지고 양식이 제각각인 자료는 그대로는 학습에 못 씁니다.
- 업무 재설계 생략 — 기존 절차를 그대로 두고 AI만 얹으면 검토 단계가 하나 늘어난 셈이 되어 오히려 느려집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앞 단계의 기반 정비와 얽혀 있습니다. 삼성이 외부 AI 허용과 보안 체계를 한 문장에 묶어 발표한 것, SK가 도구 보급 뒤에 “일의 정의”를 꺼낸 것이 그 증거입니다.
잘 굴러가는 곳의 공통점
성과를 낸다고 알려진 사례들을 보면 방식이 비슷합니다. 첫째, 전사 구호 대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 한 가지를 골라 소요 시간을 지표로 잡습니다. LG의 특허 검색이 그 예입니다. 둘째,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검수하고 승인하는지를 미리 정합니다. 셋째, 도구 사용법 강의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보는 형태로 사람을 붙입니다. 삼성이 사장단 교육을 “실습형”으로 못 박고 각 사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직접 발표하게 한 것이 이 형태입니다. 셋째 항목이 결국 사람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은 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에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소기업도 이런 걸 할 수 있나요?
규모가 작을수록 오히려 범위를 좁히기 쉽습니다. 반복 문서 작업이나 고객 문의 응대처럼 자료가 이미 쌓인 한 가지부터 붙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재직자 교육비를 지원하는 정부 훈련 사업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표된 목표 수치는 믿을 만한가요?
대부분 특정 업무 범위를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같은 비율이라도 어떤 업무의 어느 구간을 쟀는지가 다르므로, 회사 전체 지표로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숫자는 교육 인원처럼 발표문에 그대로 적힌 값만 골랐습니다.
AI 인프라 비용은 왜 계속 문제가 되나요?
모델을 돌릴 연산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은 GPU와 메모리 수급 이야기에서 다뤘습니다.
정리
발표는 전사 단위인데 성과는 업무 한 칸 단위에서 나옵니다. 2026년 상반기 발표를 숫자로 줄이면 삼성은 “누구를 얼마나 교육했는가”, SK는 “에이전트를 어떻게 조직에 넣는가”, LG는 “어느 업무에 무엇을 붙였는가”입니다. 어떤 회사의 추진 상황이 궁금할 때는 선언문보다 이 세 질문에 답이 있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용어 자체가 아직 낯설다면 AX 뜻부터 보시면 됩니다.
참고: 삼성 뉴스룸(2026-06-09), 전자신문(2026-06-14), 한경비즈니스(2026-06-16), LG AI연구원(2026-03-19), 머니투데이(2026-06-17, SK하이닉스) (2026년 9월 6일 확인)